신탁된 부동산의 임대차보증금 분쟁에서 김영진 변호사가 가장 먼저 나누는 것은 임대차계약을 신탁등기 전에 맺었는지 후에 맺었는지다. 신탁등기 전에 이미 대항력을 갖춘 임대차라면 원칙이 정리되어 있다 — 소유권을 취득한 수탁자가 임대차보호법상 양수인으로서 임대인 지위와 보증금 반환의무를 함께 승계한다(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70460 판결). 그러나 신탁등기 후에 위탁자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이 경우 수탁자를 임대인으로 볼 것인지, 그렇지 않더라도 수탁자가 보증금 반환의무를 부담하는지는 현행 신탁법 아래에서 아직 대법원이 명확히 정리하지 않은 문제다.
한눈에 보기
| 쟁점 | 정리 상태 |
|---|---|
| 신탁등기 전 체결되어 대항력을 갖춘 임대차 | 정리됨 — 수탁자가 임대인 지위·보증금 반환의무를 원칙적으로 승계(2000다70460) |
| 신탁등기 후 임대차, 수탁자의 동의 자체가 없었던 경우 | 임대권한 없는 임대차의 효력 문제로, 수탁자 동의가 있었던 경우와는 별개 쟁점(2018다44879 유형) |
| 신탁등기 후 임대차, 수탁자 동의 + 위탁자 명의 + 신탁원부 기재(구 신탁법 시대) | 구법에서는 수탁자가 면책된 사례가 있다(2019다300095) |
| 같은 사실관계(현행 신탁법 적용 + 신탁등기 후 + 수탁자 동의 + 위탁자 명의 임대차)가 현행법에 적용되는 경우 | 이 글이 검토한 판례들과는 사실관계·적용 법률이 달라, 그 판례들만으로 수탁자의 보증금 반환책임을 곧바로 단정하기 어려움 |
| 신탁원부 기재의 대항력이 미치는 범위(2022다233164 법리) | 신탁재산 구성에 관한 사항으로 제한 — 다만 이 법리가 ‘수탁자 동의 임대’ 유형에도 적용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음 |
세 가지 질문을 구별해야 한다
이 글에는 “대항력”이라는 말이 여러 층위로 등장한다. 혼동을 피하려면 다음 세 질문을 구별해야 한다.
- 임차인이 자신의 임대차관계를 수탁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가 — 임차인의 대항력 문제다.
- 신탁계약 당사자(위탁자·수탁자)가 신탁원부에 기재한 약정을 임차인에게 주장할 수 있는가 — 신탁원부 기재의 대항력 문제다.
- 그 결과 수탁자가 임대인 지위나 보증금 반환채무를 실제로 부담하는가 — 책임의 귀속 문제다.
세 질문은 순서대로 검토해야 하고, 하나가 정리됐다고 해서 나머지가 자동으로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96643 판결도 신탁원부 기재의 대항력(질문 2)을 부정한 뒤, 임차인의 대항력(질문 1)과 수탁자의 임대인 지위 승계 여부(질문 3)는 별도로 심리하도록 원심에 돌려보냈다.
임대차 후 신탁의 경우는 임대인 지위 문제로 정리되었다
신탁의 효력으로 신탁재산의 소유권은 수탁자에게 대내외적으로 완전히 이전되고, 위탁자와의 내부관계에서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70460 판결은 이 법리를 바탕으로, 임대차의 목적이 된 주택을 담보 목적으로 신탁한 경우에도 수탁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현행 제3조 제4항)에 의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다고 판단하였다.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춘 상태에서 소유권이 위탁자에서 수탁자로 넘어가면, 임대인 지위와 함께 보증금 반환채무도 소유권과 결합해 일체로 이전되고 종전 소유자의 반환채무는 소멸한다는 것이 판례의 기본 구조다(이는 신탁이 아닌 일반적인 소유권 양도에도 통용되는 법리로, 대법원 1987. 3. 10. 선고 86다카1114 판결의 법리로 알려져 있다). 이 원칙은 신탁원부 기재의 대항력 범위와는 무관하게, 소유권을 취득한 자는 임대차보호법상 양수인에 해당한다는 일반 원칙에 기초하고 있어 신·구 신탁법의 적용 시점과 관계없이 통용된다고 볼 수 있다.
신탁등기 후 임대차는 수탁자의 동의 여부에 따라 사실관계 유형이 갈린다
신탁등기가 이미 마쳐진 뒤에 위탁자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는 원칙 사례와 다르다. 이때 가장 먼저 나눠야 할 것은 수탁자가 그 임대에 동의(승낙)했는지 여부다.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다44879, 2018다44886 판결은 수탁자의 동의 없이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다가 이후 신탁재산이 위탁자에게 귀속된 사안을 다룬다. 이 유형은 애초에 위탁자가 임대할 권한 자체가 없었던 상태에서 임대가 이루어진 것이므로, 수탁자가 명시적으로 동의한 경우와는 사실관계 층위가 다르다. 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300095, 2019다300101 판결은 이 두 사건을 원용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명시적으로 구별한 바 있다. 따라서 “수탁자가 동의했는가”는 결론을 가르는 첫 번째 갈림길이다.
구 신탁법 시대에는 위탁자가 수탁자의 동의 아래 임대를 한 경우에 수탁자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보았다
수탁자가 동의한 경우로 좁혀 보면, 구 신탁법(2011. 7. 25. 개정 전) 제3조 제1항이 적용되던 대법원 2019다300095, 2019다300101 판결에서 답이 나온 적이 있다. 이 사안에서 신탁계약은 위탁자가 수탁자의 사전 승낙을 받아 위탁자 명의로 신탁부동산을 임대하도록 정하고 있었고, 이 신탁계약 조항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었다. 우선수익자는 이 신탁계약에 따라 수탁자에게 “위탁자의 임대차계약 체결에는 동의하되, 수탁자는 보증금 반환에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동의서를 작성해 교부했고, 수탁자는 이를 다시 위탁자에게 교부했다 — 즉 동의서를 작성한 주체는 우선수익자이고, 수탁자는 이를 전달한 것이지 스스로 작성한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신탁계약에서 수탁자의 사전 승낙 아래 위탁자 명의로 임대하도록 정한 이상 보증금 반환채무는 위탁자에게 있고, 이 약정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임차인에게도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아, 수탁자는 물론 그로부터 소유권을 취득한 자도 보증금 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신탁원부에 기재된 것은 동의서의 면책 문구 자체가 아니라 “수탁자의 사전 승낙 아래 위탁자 명의로 임대한다”는 신탁계약 조항이라는 점도 함께 유의해야 한다.
현행 신탁법 아래에서 수탁자의 동의를 받아 위탁자가 임대를 한 경우, 임차인이 어느 범위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문제는 신탁등기 후에 수탁자가 동의하며 위탁자 명의 임대를 허용한 경우다. 2019다300095 판결의 결론은 신탁원부 기재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구 신탁법 제3조 제1항 특유의 폭넓은 대항력 법리에 기초하고 있다. 그런데 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2다233164 판결은 현행 신탁법 제4조 제1항이 적용되는 신탁에서는 신탁원부 기재가 신탁재산 구성에 관한 사항이 아닌 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아 이 대항력의 범위를 크게 좁혔다. 실제로 현행법이 적용된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96643 판결(상가건물 인도청구 사건)과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3다297332, 2023다297349 판결은 모두 2019다300095 판결을 “구 신탁법 제3조 제1항이 적용되는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신탁법 제4조 제1항이 적용되는 이 사건에 원용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명시적으로 배제했다. 다만 2023다296643 판결도 신탁원부 기재의 대항력을 부정하면서, 임차인의 대항력과 수탁자의 임대인 지위 승계 여부는 별도로 심리하도록 했을 뿐이다 — 수탁자의 보증금 반환채무를 이 판결이 직접 확정한 것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다만 이 세 판결의 사안은 모두 신탁등기 전에 이미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있었던 경우이다 — 위탁자가 신탁계약 전 체결된 임대차의 임대인 지위·보증금 반환채무를 그대로 유보한다고 정한 사안이지, 신탁등기 후에 수탁자가 명시적으로 동의하며 위탁자 명의 임대를 허용한 2019다300095 유형과는 사실관계가 다르다. 즉 “신탁등기 후 + 수탁자 동의” 유형에 현행법의 좁혀진 대항력 법리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리고 그 결과 임차인이 수탁자를 상대로 어느 범위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지 — 수탁자에게 보증금 전액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아니면 여전히 위탁자만을 상대해야 하는지 — 를 정면으로 다룬 대법원 판결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신탁등기 전에 이미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의 보증금은 누가 돌려주나요? A. 원칙적으로 소유권을 취득한 수탁자가 임대인 지위와 함께 보증금 반환의무를 승계합니다. 신탁계약서에 위탁자가 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정해두었더라도, 그 약정만으로는 이미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에게 대항하기 어렵습니다.
Q. 신탁등기 후에 위탁자와 계약을 맺었는데, 수탁자가 그 계약에 동의도 해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이 경우는 수탁자가 동의한 경우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위탁자에게 애초에 임대할 권한이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고, 이는 수탁자 동의가 있었던 유형(2019다300095 등)과는 별개의 법리로 다뤄집니다.
Q. 신탁회사(수탁자)가 임대에 동의해줬다면 안심해도 되나요? A. 구 신탁법이 적용되던 시절에는 그런 사례에서 수탁자가 면책된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다만 신탁계약이 2012. 7. 26. 이후 체결되어 현행 신탁법이 적용되는 경우, 같은 결론이 나올지는 대법원이 아직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안심하기보다는 신탁계약 체결일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리
신탁등기 후 위탁자가 임대를 한 사안에서, 수탁자를 임대인으로 볼 것인지, 혹은 수탁자가 보증금 반환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의 문제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김영진 변호사는 신탁등기 후 임대차보증금 반환책임을 검토할 때 수탁자의 임대 동의, 신탁원부 기재의 대항력, 실제 반환채무의 귀속을 구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구법 판례의 결론을 현행법 사안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신탁원부 기재의 대항력 부정만으로 수탁자의 반환책임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확인할 것은 세 가지다. 임대차계약이 신탁등기 전인지 후인지(그리고 대항력 취득시점이 언제인지), 신탁등기 후라면 수탁자의 동의가 있었는지와 그 동의서의 작성·전달 경로, 그리고 신탁계약 체결일이 신·구법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다.
근거
| 구분 | 표기 | 링크 |
|---|---|---|
| 법령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대항력 등) | law.go.kr |
| 법령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대항력 등) | law.go.kr |
| 판례 |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70460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
| 판례 |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다44879, 2018다44886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
| 판례(구법 사안, 현행법 미적용) | 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300095, 2019다300101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
| 판례 | 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2다233164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
| 판례 |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96643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
| 판례 |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3다297332 판결 | lbox |
| 판례 |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3다297349 판결 | lbox |
| 참고(간접 인용) | 대법원 1987. 3. 10. 선고 86다카1114 판결 | lbox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