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제공 후 주변이 달라졌다는 사실만으로는 배타적 사용수익권능이 회복되지 않는다. 김영진 변호사는 문제 된 토지 자체의 이용상태가 제공 당시와의 동일성을 잃을 정도로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대법원은 여기에 더해 소유자가 제공 당시 그 변화를 예견할 수 없었을 것, 제한을 계속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할 것을 요구한다. 아래에서는 간선도로 편입, 도로 포장과 관거 설치, 건물 신축이라는 세 사안을 비교하여 이 정도가 실제로 어떻게 판단되었는지 정리한다.

한눈에 보기

변화의 내용 판결이 던진 질문과 결과
이면도로가 왕복 10차로 간선도로에 편입되었다 토지의 성상·기능·이용상태가 완전히 달라졌는가 → 사정변경 인정(2012다54133)
도로 포장과 지하 상하수도 관거가 설치되었다 지상·지하의 이용상태와 소유자의 이해관계가 달라졌는가 → 현저한 변경을 단정하기 어렵다(2018다253420)
양옆의 도로 토지 소유권이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갔다 문제 된 토지 자체의 이용상태와 직접 관련이 있는가 →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2018다253420)
건물 신축으로 남북 간선도로 사이 보행과 차량 진입이 가능해지고, 이 토지를 거치지 않는 보행경로도 생겼다 현저한 변경, 예견 불가, 중대한 불균형이 있는가 → 모두 인정하지 않음(2022다228544)

제한은 제공 당시의 이용현황이 유지되는 동안만 존속한다

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은,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의 제한이 그 토지가 공중의 이용에 제공됨으로 인한 공공의 이익을 전제로 하므로 제공 당시의 객관적인 이용현황이 유지되는 한도에서만 존속한다고 보았다. 그 후 토지이용상태에 중대한 변화가 생겨 제한의 기초가 된 객관적인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소유자가 제공 당시 이러한 변화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제한을 계속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소유자가 그 사정변경이 있은 때부터 다시 완전한 소유권에 기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하였다. 판단 요소로는 토지의 위치와 물리적 형태, 제공의 동기와 경위, 인근 토지와의 관계, 이용상태가 바뀐 경위와 종전 이용상태와의 동일성, 권리행사를 허용할 때 일반 공중의 신뢰가 침해될 가능성 등을 들었다.1

이 기준의 표현은 판결마다 조금 다르다. 2013년의 2012다54133 판결은 ’객관적인 사정이 현저히 변경된 경우’라고만 하였고, 판단 요소에도 일반 공중의 신뢰 침해 가능성은 들어 있지 않았다. 예견 가능성과 이해관계의 중대한 불균형이라는 요건은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의 2018다253420 판결에서 함께 인용되었다. 아래 사례 중 2012다54133과 2018다253420은 첫 번째 요소, 즉 이용상태가 현저히 달라졌는지에서 결론이 갈렸고 예견 가능성이나 불균형은 따로 판시되지 않았다. 반면 2022다228544는 세 요건을 모두 검토하여 어느 것도 인정하지 않았다.

회복을 인정한 사례: 이면도로가 간선도로에 편입된 경우

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2다54133 판결에서 원고의 아버지(망인)는 1967년 취득한 토지를 1970년경부터 여러 필지로 분할하여 택지로 매도하면서, 중간을 가로지르는 길고 좁은 129평의 토지는 스스로 지목변경을 신청하여 도로로 바꾸고 통행로로 제공하였다. 이 토지는 택지로 쓰기에 부적절한 형태였고, 약 40여 년 동안 분할·매도된 토지의 소유자와 인근 주민의 통행로로 쓰였다. 그중 남쪽 부분(제2토지)은 이면도로로서 인접 택지의 진입로 구실을 하다가, 1976년경 도시계획시설결정에 따라 왕복 10차로의 주요 간선도로인 천호대로가 개설되면서 인접 택지와 함께 그 부지에 편입되었다. 인접 택지 소유자들은 협의취득 등으로 손실보상을 받았으나, 망인과 원고는 이 토지가 원래 주민 통행로로 제공되어 있었다는 이유 등으로 보상을 받지 못하였다.

대법원은 망인이 통행로로 무상 제공한 이상 그 상태가 유지되는 동안은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천호대로 편입으로 제2토지의 성상·기능·이용상태가 당초 인접 토지 소유자 등의 통행에 제공할 때와 근본적으로 달라졌으므로, 그 사정변경이 있은 때부터는 완전한 소유권에 기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포기한 바 없다”고 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지만 부당이득 반환을 인정한 결론은 옳다고 보아, 서울특별시의 상고를 기각하였다.2

이 판결에서 ’포기가 애초에 없었다’는 설명과 ’제한은 있었지만 사정변경으로 회복되었다’는 설명은 같은 결론에 이르더라도 법리 구성이 다르다는 점이 드러난다. 또한 회복의 효과는 사정변경이 있은 때부터 생기고, 이 판결에서 회복이 인정된 대상은 간선도로로 편입된 부분이었다.

회복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사례: 포장과 관거 설치, 인접 토지의 소유 이전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다253420 판결에서 소외인은 1980년 토지를 여러 필지로 잘게 분할하여 택지로 매도하면서, 분할·매도한 토지의 건축허가에 진입로가 필요하다고 보아 남은 토지를 도로로 무상 제공하였다. 원고는 2007년 강제경매로 그 토지를 취득하였다. 원심은 이 토지의 양옆에 있는 같은 현황의 도로 토지 3필지가 기부채납이나 협의취득으로 지방자치단체 소유가 되었고, 이 토지도 소유권 취득에 비용이 더 든다는 것 외에는 이용현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원고가 주장한 시점부터는 이용상태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토지는 좁고 길게 늘어진 형태로 인근 주택가 주민의 통행에 계속 이용되고 있었고, 지방자치단체가 2004년 이후 지하에 상하수도 관거를 설치하고 그 위를 포장하였더라도 지상의 이용상태에 특별히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지하의 이용상태에 다소 변화가 있더라도 원고가 지하 사용·수익에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졌거나 가지게 될 것으로 볼 사정은 보이지 않았고, 관거가 시 전역의 상하수도망을 이루거나 포장 부분이 지역 도로망 구성에 기여하게 되었더라도 제공 당시의 객관적인 이용현황은 기본적으로 유지된다고 보았다. 또한 양옆 토지의 소유권이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간 것은 이 토지 자체의 이용상태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그 결과 제한의 기초가 된 객관적인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심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3

이 판결은 사정변경이 인정될 수 없다고 확정한 것이 아니라, 원심이 든 사정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고 하여 다시 심리하도록 한 것이다.

새 경로가 생긴 사례: 건물 철거·신축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2다228544 판결은 사용료 청구가 아니라 통행권 존재 확인을 구한 사건이지만 같은 사정변경 법리를 적용하였다. 토지 소유자(피고)는 1988년 건물을 신축하여 분양·사용하려고 토지를 4필지로 분할하면서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그중 1필지의 지목을 도로로 변경하였고, 1989년 나머지 3필지에 건물들이 준공될 무렵 그 토지 지하에 오수관을 설치하였다. 폭이 좁고 길이가 긴 막다른 골목 형태의 이 토지는 3필지에서 북쪽 간선도로까지 도보로 갈 수 있는 다른 통로가 없는 길이었고, 소유자는 약 30년 동안 기존 건물 소유자들이나 인근 주민에게 사용료를 요구한 적이 없었다.

그 후 원고가 기존 건물들과 부지를 매수하여 건물을 철거하고 인근 2필지를 합병하여 다세대주택 2개 동을 신축하였다. 그 결과 이 토지를 거쳐 남쪽 간선도로까지 도보로 왕래할 수 있게 되었고, 건물과 이 토지 사이에 간격을 둠으로써 이 토지와 건물 일부 부지를 통해 북쪽 간선도로에서 차량도 진입할 수 있게 되었으며, 건물에서 이 토지를 거치지 않고 건물 일부 부지를 통해 북쪽 간선도로로 도보 이동하는 경로도 생겼다. 다만 이 토지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북쪽 간선도로에서 신축 건물의 주차장까지 차량으로 통행하기가 사실상 어려웠다. 토지의 위치·형태·지목에는 변화가 없었다.

대법원은 먼저 소유자가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스스로 지목을 도로로 변경하고 오수관까지 설치하였으며 약 30년간 사용료를 청구하지 않았고, 이 토지는 독자적 활용가능성이 낮은 반면 인근 주민에게는 다른 통로가 없는 길이었으며 소유자는 건축허가와 분양으로 4필지의 효용가치를 모두 높였다는 점에서, 기존 건물들이 준공된 무렵부터 포기하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하였다. 이어 사정변경의 세 요건을 모두 검토하였다. 첫째, 새 보행경로와 차량 진입은 원고가 부지를 합병하고 건물 사이에 간격을 두어 건축한 결과로서 토지 자체의 이용상태에 중대한 변화가 있다고 볼 수 없었다. 둘째, 소유자가 포기한 1989년에도 기존 건물이 간격을 두고 건축되거나 재축되면 진입로가 넓어져 차량 진입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도 크다고 하였다. 셋째, 완전한 소유권 행사를 허용하면 인근 주민의 도보 이동과 차량 진입에 큰 제약이 생기는 반면 소유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은 없고, 일반 공중의 신뢰를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이 토지가 여전히 신축 건물 거주자만이 아니라 인근 주민과 일반 공중의 이용에 제공되고 있다고 보아, 건물 주민만을 위해 쓰이고 있어 포기를 주장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4

세 사안에서 결론을 가른 것

이 단락은 위 판결들을 바탕으로 한 이 글의 정리이다. 세 사안은 모두 소유자가 도로로 제공한 토지 주변에서 무엇인가 달라졌다는 점에서는 같았지만, 그 변화가 문제 된 토지 자체의 이용상태를 바꾸었는지에서 결론이 갈렸다. 2012다54133에서는 토지가 왕복 10차로 간선도로에 편입되어 성상·기능·이용상태가 완전히 달라졌고, 인접 택지만 보상을 받은 점이 함께 인정되었다. 2018다253420에서는 포장과 지하 관거 설치, 양옆 도로 토지의 소유 이전이 있었지만 주민 통행이라는 제공 당시의 이용현황이 유지되었고 지하 이용에 관한 소유자의 특별한 이해관계도 보이지 않았다. 2022다228544에서는 새 경로와 차량 진입이 생겼으나 상대방 자신의 개발로 생긴 편의 강화였고, 토지의 위치·형태·지목과 공중 이용이 유지되었으며 그 변화는 포기 당시에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컸다. 결국 주변의 변화가 크다는 사실보다, 그 변화가 문제 된 토지의 기능 자체를 바꾸었는지, 변화가 누구의 어떤 행위로 생겼는지, 제한을 계속하는 것이 소유자에게 중대한 불균형이 되는지를 따져야 한다.

실무에서 확인할 판단 기준

이 단락은 위 판결들을 바탕으로 한 이 글의 정리이다. 소유자 측은 현재의 불이익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제공 당시의 이용상태와 현재의 이용상태를 같은 항목(위치, 폭, 연결 방향, 이용자와 이동 방식)으로 비교하여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용자 측은 길의 이름이나 지목이 같다는 점에만 기대지 말고, 제공 당시의 이용현황이 기본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인접 토지의 보상이나 소유권 변동은 문제 된 토지 자체의 이용상태 변화와 구별하여 검토한다. 사정변경이 인정되더라도 그 효과는 변경이 있은 때부터 생기므로, 변화의 발생 시점과 대상 부분을 특정할 자료가 필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 통행이 줄거나 주변이 개발되면 회복되는가? A. 통행량 감소만으로는 부족하다. 문제 된 토지 자체의 이용상태가 제공 당시와 동일성을 잃을 정도로 달라졌는지가 먼저 문제 된다.

Q. 도로를 포장하고 배수관을 설치하면 회복되는가? A. 2018다253420 판결은 포장과 관거 설치만으로는 제공 당시의 객관적인 이용현황이 달라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설치 범위와 소유자의 구체적인 이해관계가 중요하다.

Q. 간선도로에 편입되면 회복되는가? A. 2012다54133 판결에서는 이면도로가 왕복 10차로 간선도로에 편입되어 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을 사정변경으로 인정하였다. 편입 후의 이용상태가 제공 당시와 어떻게 다른지가 판단 대상이다.

Q. 건물 신축으로 이 토지를 거치지 않는 보행경로가 생기면 회복되는가? A. 2022다228544 판결은 그러한 경로가 생기고 차량 진입이 가능해졌더라도, 토지의 위치·형태·지목과 공중 이용이 유지되고 그 변화가 상대방의 개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 등을 들어 사정변경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리

사정변경은 기존 제한을 정당화하던 객관적 이용관계가 현저하게 바뀐 사정이라고 김영진 변호사는 설명한다. 주변의 변화보다 문제 된 토지 자체의 이용상태가 제공 당시와 달라졌는지, 그 변화가 언제 어느 부분에 생겨 사용·수익권 행사의 제한에 영향을 주는지를 확인할 것.

근거

구분 표기 링크
판례 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 원문
판례 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2다54133 판결 판결 원문
판례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다253420 판결 판결 원문
판례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2다228544 판결 판결 원문

Footnotes

  1. 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의 사정변경 부분. ↩

  2. 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2다54133 판결, 판결요지 [2], 이유 1, 3.가.(1)~(5), 3.나.·다.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2. 5. 25. 선고 2011나81123 판결, 피고(상고인) 서울특별시, 상고기각. ↩

  3.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다253420 판결, 판시사항 [2]·[3], 이유 1, 2.가.·나.1)~5). 원심 대전지방법원 2018. 6. 28. 선고 2017나115741 판결, 피고(상고인) 세종특별자치시, 피고 패소 부분 파기환송. ↩

  4.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2다228544 판결, 판시사항 [3], 이유 2.가.·나.·다. 원심 수원고등법원 2022. 3. 17. 선고 2020나26023 판결, 통행권존재확인 등 청구, 원고(상고인)는 신축 다세대주택의 건축주, 피고(피상고인)는 토지 소유자. 원심판결 파기환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