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없애거나 통행을 중단시키려는 청구와, 통행을 유지하면서 사용료만 청구하는 것은 같은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김영진 변호사는 공로의 철거·인도에 관한 권리남용 법리와 무상 제공에 따른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제한 법리를 구별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길은 막지 않고 돈만 받겠다’고 하면 언제나 청구가 허용되는 것도 아니다.

한눈에 보기

요구하는 내용 검토할 핵심
도로 시설 철거·토지 인도·통행금지 점유·방해의 존재와 권원, 기존 통행에 미치는 영향. 공로라면 권리남용, 무상 제공에 따른 사용·수익권 제한도 인도청구에 적용될 수 있다
임료 상당 부당이득반환 구체적 이익과 손실, 무상 제공에 따른 사용·수익권 제한, 청구 방식의 고려
원소유자의 무상 제공으로 제한이 인정되는 경우 부당이득반환청구와 인도청구가 모두 제한될 수 있다
공공의 편익만 있는 경우 그 사정만으로 반환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

두 법리는 청구별로 일대일 대응하지 않는다. 권리남용은 공로의 철거·인도청구에서 문제 되었고, 사용·수익권 제한은 인도청구와 금전청구 모두에 문제 될 수 있다.

공로의 철거·인도청구를 권리남용으로 본 판례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다229239 판결은,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되는 도로의 소유자가 이를 점유·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도로의 철거, 점유 이전 또는 통행금지를 청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권리남용이라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의 도로는 사찰의 승려·신도·탐방객과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는 사찰의 하나뿐인 출입로였다. 김천시가 농어촌도로로 지정하고 30년 이상 관리해 왔고, 원고는 그 도로가 포함된 임야를 경매로 취득한 뒤 철거·인도를 구하였다. 대법원은 권리남용일 여지가 크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환송하였다.1

이 판결이 직접 심리한 대상은 도로의 철거·인도·통행금지였고, 임료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는 판단 대상이 아니었다. 공로의 통행을 보호하는 문제와, 그 비용을 특정 소유자가 무상으로 부담해야 하는 문제는 별개로 논증해야 한다.

돈만 청구한다는 사정을 소유자에게 유리하게 고려한 판례

대법원 2024. 2. 15. 선고 2023다295442 판결에서는 도로 부지의 지분을 매수한 원고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과거와 장래의 임료 상당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다. 대법원은 토지 제공의 구체적 경위와 편익 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는 한편, 원고가 토지 인도 등 공중 통행의 신뢰나 편익에 직접 영향을 줄 청구가 아니라 부당이득반환만을 구하고 있다는 사정도 함께 고려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2

다만 금전청구라는 형식 자체가 결정적 면제 사유로 작용한 것은 아니다. 제공 경위의 불명확성, 장기간의 침묵만으로 동의를 추정할 수 없다는 점 등이 함께 판단되었다. 이 판결의 의미는 ’청구 방식도 비교형량에 포함된다’는 것이지, ’금전청구에는 제한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제한이 인정되면 금전청구도 배척될 수 있다

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은, 토지를 공중의 이용에 제공한 경위와 편익 등을 종합하여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가 인정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이용에 따른 손해가 있다고 볼 수 없어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정리하였다. 토지의 인도청구 역시 제한될 수 있다.3

공공의 편익은 중요한 판단 요소이지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하는 만능 근거는 아니다.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다35903 판결은, 지방자치단체의 시설 설치가 주민 복지 업무 수행에 수반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토지 사용이익의 반환을 면할 수 없다고 보았다.4

실무에서 확인할 판단 기준

이 단락은 위 판결들을 바탕으로 한 이 글의 정리이다. 소유자 측은 자신이 구하는 것이 통행의 폐지인지, 별도 침해의 제거인지, 사용이익의 반환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용자 측도 ’길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청구를 함께 배척해 달라고 주장하기보다, 각 청구에 대응하는 항변을 나누어 제시하는 것이 설득력 있다. 판결문을 비교할 때에도 주문만 볼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무엇을 어느 범위에서 청구하였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철거·인도청구가 권리남용으로 기각되면 사용료도 받을 수 없는가? A. 그렇게 단정할 수 없다. 2020다229239 판결이 심리한 대상은 철거·인도·통행금지였고, 임료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는 판단 대상이 아니었다.

Q. 돈만 청구하면 공공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는가? A. 아니다. 청구 방식이 비교형량의 한 요소로 고려될 뿐, 제한 법리가 적용되는지를 가르는 다른 요소(제공 경위, 편익 등)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리

’통행을 막을 수 없다’와 ’사용료를 받을 수 없다’는 같은 명제가 아니라고 김영진 변호사는 설명한다. 다만 원소유자의 무상 제공에 따른 사용·수익권 제한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는 두 청구 모두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것.

근거

구분 표기 링크
판례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다229239 판결 판결 원문
판례 대법원 2024. 2. 15. 선고 2023다295442 판결 판결 원문
판례 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 원문
판례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다35903 판결 판결 원문

Footnotes

  1.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다229239 판결, 판결요지 [1]·[3]·[4]. 원심판결 파기환송. 판단 대상은 도로의 철거·인도·통행금지 청구이다. ↩

  2. 대법원 2024. 2. 15. 선고 2023다295442 판결, 판결요지 [1]·[2], 이유 제3항. ↩

  3. 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 ↩

  4.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다35903 판결, 판결요지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