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건물이 ’공매’로 팔렸다는 말만으로는 임차권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다. 공매라고 불리는 절차는 근거 법률에 따라 국세징수법에 따른 공매, 신탁회사가 신탁계약에 따라 하는 매각, 금융기관이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맡겨 하는 매각으로 나뉜다. 김영진 변호사는 공매 매수인과 상가임차권의 관계를 따질 때 매각 공고에서 그 ’공매’의 근거 법률부터 특정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경매에서 임차권의 소멸을 정한 상가임대차법 제8조는 세 절차 어디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국세 공매에서는 국세징수법 제92조가 경매와 같은 구조로 소멸과 인수를 정한다. 신탁회사의 매각과 한국자산관리공사 위탁 매각은 매각으로 임차권을 소멸시키는 규정이 없는 매매다. 이 글은 각 절차의 근거 조문을 정리하고, 판례가 없는 부분은 이 글의 해석으로 구별해 적는다.
한눈에 보기
| 절차 | 근거 규정 | 성질 | 매각에 의한 임차권 소멸 규정 | 매수인과 임차인의 관계 |
|---|---|---|---|---|
| (비교) 민사집행법상 경매 | 민사집행법 제91조, 상가임대차법 제8조 | 법원의 강제환가 | 있음 | 최선순위 저당권보다 대항력이 늦으면 소멸, 앞서면 승계 |
| 국세 공매(세무서 또는 한국자산관리공사 대행) | 국세징수법 제66조·제103조 | 강제징수 절차의 환가 | 있음(국세징수법 제92조) | 경매와 같은 구조로 판단된다고 해석 |
| 신탁회사의 신탁재산 매각(신탁 공매) | 신탁계약, 신탁법 제31조 | 수탁자가 하는 매매 | 없음 | 소유권 이전 시점에 대항력이 있으면 매수인이 승계한다고 해석 |
| 금융기관의 한국자산관리공사 위탁 매각 | 한국자산관리공사 설립 등에 관한 법률 제26조제1항제2호라목, 위임계약 | 소유자를 위한 매매 | 없음 | 신탁 공매와 같음 |
’공매’는 근거 법률이 다른 세 절차를 함께 부르는 말이다
국세 공매. 국세징수법 제66조는 관할 세무서장이 압류한 부동산 등을 공매한다고 정한다. 제103조는 세무서장이 한국자산관리공사에 공매 등을 대행하게 할 수 있고, 그 경우 “공매등은 관할 세무서장이 한 것으로 본다”고 정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진행해도 국세징수법상 공매다.
신탁 공매. 부동산 담보신탁에서 수탁자인 신탁회사가 채무불이행 등을 이유로 신탁부동산을 처분하는 절차다. 법령에 정해진 공매 절차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신탁계약의 처분 조항과 신탁법 제31조가 근거다. 제31조는 수탁자가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귀속주체로서 신탁재산의 관리, 처분 등을” 할 권한이 있고 “신탁행위로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정한다. 경쟁입찰로 매수인을 정하기 때문에 ’공매’라고 부를 뿐, 소유자인 수탁자가 하는 매매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위탁 매각. 한국자산관리공사 설립 등에 관한 법률 제26조제1항제2호라목은 공사의 업무로 “비업무용자산 및 구조개선기업의 자산의 관리ㆍ매각, 매매의 중개 및 인수정리”를 정한다. 금융기관 등이 소유한 부동산을 공사에 맡겨 매각하는 경우로, 매도인은 여전히 소유자인 금융기관 등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이 세 절차 모두에 등장할 수 있다. 국세 공매를 대행하고(같은 조 제1항제3호가목), 부동산 담보신탁업무를 하며(제4호마목), 매각에 쓰이는 정보통신망 처분시스템을 운영·대여한다(제4호다목). 그래서 ’한국자산관리공사 공매’라는 말만으로는 어느 절차인지 정해지지 않는다.
상가임대차법 제8조는 세 절차 어디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상가임대차법 제8조는 “임차권은 임차건물에 대하여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가 실시된 경우에는 그 임차건물이 매각되면 소멸한다”고 정하고, 보증금이 전액 변제되지 않은 대항력 있는 임차권은 예외로 한다. 적용 대상은 문언상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뿐이다. 같은 법 제5조제2항이 우선변제권에 관하여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또는 「국세징수법」에 따른 공매”를 함께 적은 것과 대비하면, 입법자는 경매와 공매를 구별하여 적었다. 따라서 공매로 매각된 경우 임차권의 소멸 여부는 제8조가 아니라 각 절차의 근거 법률로 판단해야 한다.
국세 공매는 국세징수법 제92조가 소멸과 인수를 정한다
국세징수법 제92조는 공매재산에 설정된 질권·저당권 등이 매각으로 소멸한다고 정하고(제1항), “지상권ㆍ지역권ㆍ전세권 및 등기된 임차권 등은 압류채권(압류와 관계되는 국세를 포함한다)ㆍ가압류채권 및 제1항에 따라 소멸하는 담보물권에 대항할 수 없는 경우 매각으로 소멸”하며(제2항), 그 밖의 경우에는 매수인이 인수하고(제3항), 매수인은 유치권자에게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정한다(제4항). 민사집행법 제91조와 같은 구조다.
이 글은 국세 공매 매수인과 상가임차인의 관계도 경매와 같이 대항력과 매각으로 소멸하는 최선순위 담보물권·압류의 선후로 판단된다고 해석한다. 경매에서의 소멸 법리는 상가임대차법 판례로는 확인하지 못하였고, 참고 판례로 주택임대차 사안의 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32939 판결이 “소멸된 선순위 저당권보다 뒤에 등기되었거나 대항력을 갖춘 임차권은 함께 소멸”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다만 등기 없이 인도와 사업자등록으로 대항력을 갖춘 상가임차권이 제92조의 “등기된 임차권 등”에 포함되는지를 직접 판단한 판례는 이번 조사 범위에서 확인하지 못하였다. 국세징수법은 여러 차례 개정되어 조문 번호와 문언이 달라졌으므로 공매 당시 시행되던 조문을 확인해야 한다.
신탁 공매와 위탁 매각은 매매여서 임차권을 소멸시키는 규정이 없다
신탁회사의 매각과 한국자산관리공사 위탁 매각에는 민사집행법 제91조도, 국세징수법 제92조도 적용되지 않는다. 두 절차 모두 법원이나 세무서가 강제로 환가하는 절차가 아니라 소유자(수탁자, 또는 위탁한 금융기관 등)가 하는 매매이기 때문이다. 매각으로 임차권이나 담보권을 소멸시키는 근거 규정이 없다.
그렇다면 매수인은 매매로 소유권을 취득한 ’양수인’이다. 대법원은 상가임대차법 제3조제2항의 임대인 지위 승계가 “소유권 변동의 원인이 매매 등 법률행위든 상속·경매 등 법률의 규정이든 상관없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다218874 판결). 이 글은 이에 따라,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넘어가는 때에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추고 있으면 매수인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고 보증금 반환의무도 함께 진다고 해석한다. 경매에서처럼 “최선순위 저당권보다 늦은 대항력은 소멸한다”는 법리는 매각으로 소멸하는 저당권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이 절차에는 그대로 옮길 수 없다. 이 결론을 신탁 공매나 위탁 매각 사안에서 직접 판단한 판례는 이번 조사 범위에서 확인하지 못하였다.
대항력 판단 자체는 경매와 같다. 환산보증금이 기준액을 넘는 임대차라면 2015. 5. 13. 개정법 부칙 제2조에 따라 그 뒤 처음 체결되거나 갱신된 때부터 대항력 규정이 적용된다. 다만 그 시점을 비교할 대상이 최선순위 저당권의 등기일이 아니라 매수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가는 시점이 된다. 대항력과 경매의 관계는 경매 매수인의 상가 임대인 지위 승계에서 다루었다.
임차인 쪽에서는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자리가 없다는 점도 함께 보아야 한다. 제5조제2항은 경매와 국세 공매에서의 우선변제만 정하므로, 배당이나 배분 절차가 없는 매각에서는 이 조항으로 보증금을 먼저 돌려받을 수 없다. 대항력이 있어 임대차가 승계되면 매수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구하게 되고, 대항력이 없으면 종전 소유자와의 관계에 남는다.
신탁 공매에서는 그 전에 임대차가 수탁자에게 효력이 있는지를 따진다
신탁 공매에는 단계가 하나 더 있다. 신탁등기 후 위탁자 명의로 맺은 임대차라면 위탁자에게 임대 권한이 있었는지, 수탁자가 동의했는지에 따라 그 임대차가 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효력이 있는지부터 갈린다. 수탁자에게 효력이 없는 임대차라면 수탁자로부터 매수한 사람에게도 승계를 주장하기 어렵다. 이 쟁점은 신탁등기 후 임대차보증금 반환책임에서 다루었다. 신탁등기 전에 이미 대항력을 갖춘 임대차라면 이 단계의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실무에서는 매각 공고의 재산 구분부터 확인한다
같은 정보통신망 처분시스템에 올라온 매각이라도 공고에는 재산의 구분이 적힌다. 압류재산이면 국세징수법상 공매이고, 금융기관 등이 맡긴 재산이나 신탁재산이면 매매다. 근거 법률이 정해지면 판단 순서가 정해진다. 국세 공매라면 공매재산명세서와 등기부로 소멸하는 담보물권·압류의 등기일을 대항력 발생일과 비교한다. 신탁재산이나 위탁 재산의 매각이라면 소유권 이전 시점에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추었는지를 보고, 신탁재산이면 수탁자에 대한 효력을 먼저 확인한다. 매수인에게는 경매였다면 소멸했을 임차권이 이 경로에서는 승계될 수 있다는 점이, 임차인에게는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절차가 없다는 점이 각각 결론을 가르는 요소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진행하는 공매는 모두 국세징수법에 따른 공매인가?
A. 그렇지 않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세무서장의 대행으로 압류재산을 공매하기도 하지만(국세징수법 제103조), 금융기관 등이 맡긴 비업무용자산을 매각하기도 하고(한국자산관리공사 설립 등에 관한 법률 제26조제1항제2호라목), 스스로 부동산 담보신탁업무를 하기도 한다(같은 항 제4호마목). 매각 공고의 재산 구분으로 어느 절차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Q. 신탁회사 공매로 건물을 사면 최선순위 저당권보다 늦게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은 떠안지 않아도 되는가?
A. 경매처럼 판단할 수 없다. 신탁회사의 매각은 수탁자가 신탁계약에 따라 하는 매매여서 매각으로 임차권을 소멸시키는 규정이 없다. 따라서 이 글은 소유권이 넘어갈 때 임차인이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으면 매수인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다고 해석한다. 다만 신탁등기 후 위탁자 명의로 맺은 임대차라면 그 임대차가 수탁자에게 효력이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Q. 신탁 공매나 한국자산관리공사 위탁 매각에서 임차인은 보증금을 우선변제받을 수 있는가?
A. 상가임대차법 제5조제2항은 우선변제권을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또는 「국세징수법」에 따른 공매에서 인정하므로, 배당·배분 절차가 없는 신탁회사의 매각이나 위탁 매각에서는 그 조항으로 우선변제를 받을 자리가 없다. 대신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추었다면 임대차가 매수인에게 승계되므로 매수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구하게 된다.
정리
’공매’로 상가건물이 팔린 경우 임차권의 운명은 그 공매의 근거 법률로 정해진다. 상가임대차법 제8조는 민사집행법상 경매에만 적용되고, 국세 공매는 국세징수법 제92조가 경매와 같은 구조로 소멸과 인수를 정한다. 신탁회사의 매각과 한국자산관리공사 위탁 매각은 소유자가 하는 매매여서 매각으로 임차권을 소멸시키는 규정이 없다. 김영진 변호사는 공매로 팔린 상가건물의 임차권을 먼저 그 ’공매’의 근거 법률로 가른다 — 상가임대차법 제8조는 어느 공매에도 적용되지 않고, 국세 공매는 국세징수법 제92조가 소멸과 인수를 정하며, 신탁회사의 매각과 한국자산관리공사 위탁 매각은 임차권을 소멸시키는 규정이 없는 매매이므로 대항력 있는 임차권은 매수인에게 승계된다고 본다. 개별 사안에서는 매각 공고의 재산 구분과 매각 주체, 소멸하는 담보물권이나 소유권 이전의 시점, 신탁재산이면 수탁자에 대한 임대차의 효력을 차례로 확인할 것.
근거
| 구분 | 표기 | 링크 |
|---|---|---|
| 법령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제2항, 제5조제2항, 제8조(2026. 5. 12. 시행) | 국가법령정보센터 |
| 법령 | 국세징수법 제66조, 제92조, 제103조(2026. 10. 2. 시행) | 국가법령정보센터 |
| 법령 | 한국자산관리공사 설립 등에 관한 법률 제26조(2026. 1. 2. 시행) | 국가법령정보센터 |
| 법령 | 신탁법 제31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
| 법령 | 민사집행법 제91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
| 판례 |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다218874 판결 | 판결 원문 |
| 참고 판례 | 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32939 판결(주택임대차보호법·구 민사소송법 사안) | 판결 원문 |
